폭신한 방석 위, 고양이가 느긋하게 앉아 있습니다. 몸을 말지 않고 앞발을 쭉 뻗은 채, 마치 ‘여긴 내 영역이야’라고 말하듯 자연스럽고 당당한 자세입니다. 옆을 의식하지 않는 표정, 절반쯤 감긴 눈꺼풀, 푹신한 감촉을 즐기는 듯한 그 앉음새엔 방해받고 싶지 않은 기분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옆, 같은 방석 위에는 한 마리의 개가 서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서 있는 이 개는 왠지 모르게 신중한 기운을 풍깁니다. 그리고 이내, 조금씩 조심스럽게 행동을 시작합니다. 주둥이를 고양이 쪽으로 내밀어 살짝—툭. 한 번 건드리고, 다시 툭. 또 한 번.
고양이는 처음엔 눈동자만 돌려서 쳐다볼 뿐,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뭐야, 또 왜 그래’ 하는 듯한 반응이지만,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앞발을 펴고 자리를 지킵니다. 하지만 개는 멈추지 않습니다. 일정한 템포로 계속해서 고양이를 입으로 툭툭 건드립니다. 강하게 들이대는 게 아니라, 딱 필요한 만큼의 압력과 반복. 말은 없지만, 개의 표정은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 원래 내 자리였잖아. 기억 안 나?”
몇 차례의 조용한 실랑이 끝에, 마침내 고양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짜증도, 투덜거림도 없이, 그저 약간의 아쉬움만 품은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슬쩍 몸을 빼고 옆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개는 기다렸다는 듯 그 자리에 털썩— 몸을 말고 눕습니다. 처음부터 자신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자리 잡는 모습입니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웃으며 말합니다. “이 둘 사이, 룰이 아주 확실하네.” “고양이도 결국 졌다 ㅋㅋ” 웃음을 자아내는 짧은 영상이지만, 그 안에는 무언의 소통과 질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고양이와 개는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조용한 신호 하나에도 반응하게 됩니다. 툭툭 건드리는 개, 무심한 듯하다가 결국 자리를 내주는 고양이. 단순한 자리 다툼 같지만, 그 안에는 관계의 오래된 합의가 녹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이런 순간을 본 적 있으신가요?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무언의 티키타카. 오늘 이 영상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진짜 친구 사이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선을 알아요. 그리고 때로는 기꺼이 비켜주는 게, 가장 조용한 배려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