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위에 한 마리 고양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머리는 이미 한 칸 아래로 기울어져 있고, 몸은 옆으로 누운 채로 길게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계단을 내려올 때라면 앞발부터 조심스럽게 딛고 내려오는 게 자연스럽지만, 이 고양이는 전혀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중력을 천천히 타고 흐르듯, 몸 전체를 옆으로 기댄 채 미끄러지듯 내려옵니다. 앞다리는 계단의 모서리를 따라 부드럽게 접히고, 뒷다리는 그 뒤를 쫓듯 느리게 따라오며, 고양이의 몸은 점점 아래 칸으로 ‘흘러’내려갑니다. 순간순간 마치 '멈췄나?' 싶을 만큼 가만히 있다가도, 다음 순간엔 또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경계심도 없고, 힘을 주는 부분도 없고, 모든 관절이 풀려버린 듯한 자유로운 흐름.
이건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흐름'에 가깝습니다. 눈빛도 그에 맞춰 느긋합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두르는 기색도 전혀 없습니다. 오직 ‘편한 방식으로 내려가는 중’이라는 확신만이 느껴집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진짜 고양이는 고체가 맞는 걸까?”라는 의문이 절로 들게 하죠.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웃음과 감탄을 동시에 쏟아냅니다. “액체설 다시 입증ㅋㅋ”, “계단도 미끄럼틀로 쓰는 유일한 생명체”, “저 정도면 물보다 더 흐르는데요?”
고양이의 자유로운 몸짓은 단순히 유연함을 넘어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까지 가르쳐주는 듯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 똑바로만 살아오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계단이니까 발을 딛고, 길이니까 똑바로 걷고, 규칙이 있으니 따라야 한다는 생각들. 그런데 오늘 이 고양이는 말 없이 보여줍니다.
“몸을 살짝 옆으로 눕히면, 내려가는 것도 의외로 쉬울 수 있어요. 꼭 똑바로만 살아야 하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