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화장실 문, 살짝 열린 틈 사이로 고양이의 얼굴이 살짝 보입니다. 눈은 둥글게 떠져 있고, 시선은 고정되어 있습니다. '무언가 하고 있다'는 기척보다, '지금 방해하지 마'라는 정적인 분위기. 문을 천천히 밀어 열어보니—그 이유가 바로 드러납니다.

그 안에는 세면대에 반쯤 몸을 끼운, 덩치가 제법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몸의 절반은 세면대 안에 담겼고, 나머지 엉덩이 쪽은 바깥으로 살짝 흘러나와 있습니다. 세면대는 일반적인 크기의 반 정도로 다소 작아 보이지만, 고양이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자세는 무척 애매한데, 고양이는 놀라울 정도로 편안해 보입니다. 앞발은 세면대 안쪽으로 포개져 있고, 배는 타원형 세면대 안쪽에 꼭 맞게 눌려 있으며, 얼굴엔 “왜, 뭐 문제 있어?” 하는 태도가 떠 있습니다.

그 자세가 불편해 보이는 건 오히려 보는 쪽입니다. 곧 무너지지 않을까 싶은 위태로움도 있지만, 고양이는 무너지기는커녕 점점 더 '침잠'해 가는 중입니다.
몸의 반만 들어가 있지만, 표정은 오히려 더 깊게 빠진 듯한 몰입감. 이건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립니다. “세면대랑 한몸 된 듯ㅋㅋ”, “저거 진짜 자기 집인 줄 아는 거 아냐?”, “고양이 특: 안 들어가도 일단 들어감.”
누구보다 당당하게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에 모두가 공감하며 미소 짓습니다.

살면서 우린 종종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공간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곤 합니다. 누가 보기에 작아 보이고, 모양이 안 맞아도 그 자리가 왠지 편한 날이 있죠.
오늘 이 고양이는 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공간이 나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에요. 내가 공간에 나를 녹여내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