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는 평소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꼿꼿하게 세운 귀와 느긋한 눈빛, 살짝 말린 꼬리까지 익숙한 고양이의 자태였죠. 그런데 갑자기 그 작은 몸이 움찔하더니, 천천히 아래로 움츠러들기 시작합니다. 머리는 점점 낮아지고, 등은 둥글게 말리며 옆으로 퍼지더니, 어느새 몸 전체가 동글동글한 덩어리처럼 변해갔습니다. 마치 ‘나 사실 아르마딜로야’라고 주장이라도 하듯, 완벽한 구 형태를 만들어내려는 시도처럼 보였어요.


그 움직임은 고양이 특유의 유연함을 극대화한 결과물 같았습니다. 배를 쏙 집어넣고 다리도 거의 보이지 않게 숨긴 채, 땅에 바짝 붙어서는 작은 털뭉치처럼 변해가는 고양이의 모습은 어딘가 어설프면서도 너무 귀여웠습니다. 몸 전체를 말아 공처럼 되려고 애쓰는 듯한 그 순간, 고양이는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아주 진지했어요. 혹시 자신이 정말 아르마딜로라고 믿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순간이었죠.

이 모습을 본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양이가 자기 정체성을 잠시 잃은 듯한 순간. 누가 봐도 ‘나도 말 수 있어!’ 하는 느낌이라서 웃기고 귀엽다.” 실제로 그 말이 어울릴 만큼 고양이의 움직임은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낯설고 독특했습니다. 우리가 알던 유연한 고양이의 일상이 아니라, 다른 생물로 변신하려는 장면 같았거든요.

그 모습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작은 생명이 스스로를 실험해보는 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몸을 둥글게 말며 자세를 바꿔보는 고양이는 단순히 편한 자세를 찾는 게 아니라, 어쩌면 다른 방식의 존재감을 시험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말아보면 좀 더 따뜻할까?”, “이 자세가 안정감을 줄까?” 같은 생각 말이죠.

우리도 그럴 때 있잖아요. 나 자신을 조금 다르게 표현해보고 싶을 때. 꼭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한 번 다른 모양으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 고양이의 ‘아르마딜로 시도’는 어쩌면 그런 마음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보기엔 이상할지 몰라도, 그 순간만큼은 진지한 실험이자 휴식이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