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단 중간쯤, 고양이 한 마리가 옆으로 누운 채 멈춰 있었습니다. 발끝도 늘어지고, 꼬리도 축 쳐진 채 그야말로 ‘움직일 생각 1도 없는’ 자세였죠. 그때 아래층 어딘가에서 주인의 부름이 들려왔습니다. 조용하던 고양이의 귀가 쫑긋 움직였고, 몸은 그대로 누운 채로 미세하게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같으면 일어나서 계단을 한 칸씩 내려오겠지만, 이 고양이는 조금 달랐습니다. 일어나지도 않고, 몸을 일으키지도 않은 채—그냥 옆으로 한 번 데굴. 그렇게 옆구리를 굴리며 계단을 하나씩 굴러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데굴, 데굴, 톡. 마치 몸을 말아서 바퀴처럼 굴리는 듯한 동작이었죠. 간격마다 살짝 멈췄다 다시 굴러가는 그 리듬은 계획적이라기보다 본능적이었고, 묘하게 귀엽고도 느긋했습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유쾌한 공감으로 가득했습니다. “고양이도 월요일 아침엔 이럴 수밖에 없지”, “얘는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일어나기’를 싫어하는 거야”, “굴러서 내려오다니 귀차니즘의 끝판왕이네”라는 반응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행동은 단순했지만, 그 안엔 너무도 솔직한 태도가 담겨 있었죠. 귀찮아도 부르면 반응은 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공감하는 순간 중 하나는, 해야 하는 걸 알지만 몸이 움직이기 싫을 때입니다. 그럴 땐 가끔 이 고양이처럼 생각하면 됩니다. 반드시 일어나야만 응답할 필요는 없다고. 누운 채로, 굴러서라도 다가가는 방식도 충분히 괜찮은 응답이라는 걸요.

중요한 건, 반응한다는 것. 오늘 이 고양이는 그걸 보여줬습니다. 게으른 게 아니라, 단지 효율적인 선택일 뿐이라고요. 때로는 나만의 리듬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굴러도 된다는 걸 잊지 마세요. 걷지 않아도 도착할 수 있다는 것, 이 고양이가 증명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