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테이블 위에 투명한 유리컵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잔잔하게 고인 음료 위로 반사된 조명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고, 그 앞엔 한 마리 강아지가 앞발을 올려 기대듯 서 있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컵 안을 들여다보던 강아지는 어느새 혀를 쭉 뻗어, 컵 안 깊숙한 곳까지 탐색을 시작합니다. 핥는 정도로 조용히 마시는 줄 알았던 모습은, 곧 생각보다 격렬한 장면으로 바뀌기 시작하죠.

강아지의 넓은 혀는 유리컵 안에서 크게 휘둘러지고, 컵 벽에 부딪힌 음료는 튀어 올라 테이블 표면과 강아지 얼굴을 그대로 적십니다. 혀끝이 컵 바닥을 툭툭 치기라도 하듯 움직일 때마다 음료는 사방으로 퍼지고, 유리컵 옆은 점점 젖어들며 반짝이는 물방울 자국이 하나둘 생겨납니다. 강아지의 얼굴 역시 점점 흥건해지고, 눈가와 코 주변까지 음료 얼룩이 번져갑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강아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더 깊이 더 넓게 혀를 휘두릅니다. 무언가 집중할수록 주변은 안중에 없는 듯, 컵 속 액체는 점점 줄어드는 대신 컵 밖이 더 난장판이 되어가죠. 컵 안은 진공처럼 집중된 액션의 중심, 컵 밖은 무심한 예술이 번진 현장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얘 지금 컵 안 마시는 게 아니라 테이블 전체에 분사 중이야ㅋㅋ 유리컵이 스프링클러냐고”

어쩌면 이 강아지처럼 우리도 무언가에 몰두할 땐 주변이 잘 보이지 않을지 모릅니다. 깔끔함은 잠시 뒤로 밀리고, 진심이 앞설 때 생기는 엉성한 흔적들. 그것들이 꼭 실패나 실수만은 아니라는 걸, 이 장면이 말없이 보여주는 듯합니다.

사방에 튄 음료 자국, 젖은 턱 아래, 어질러진 테이블 위. 그러나 그 위에선 여전히 열정 하나로 집중하고 있는 귀여운 존재가 있죠. 그리고 오늘 우리도 그런 몰입 하나쯤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설퍼도 괜찮고, 좀 튀어도 괜찮은 하루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