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적한 밤길, 어슴푸레한 가로등 불빛 아래 나무가 서 있고, 그 옆에 털이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듯, 혹은 세상의 무게를 느끼는 듯한 자세였죠. 가까이 다가가자 그 고양이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는데… 그 표정, 사람으로 치면 “월세 입금했는데 카드값 빠져나간 거 방금 알았을 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고양이의 눈은 살짝 게슴츠레했고, 미세하게 일그러진 입가는 말하지 않아도 많은 걸 말해주는 듯했어요. 어딘가 멍한 듯하면서도 살짝 후회 섞인 시선으로 앞을 바라보며, 그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순간 그 장면은 웃기다기보다는, 뭔가 이상하게 공감 가고 안쓰럽기까지 했어요. '아니 고양이가 무슨 걱정이 있다고 저런 표정을 짓지?'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을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마치 바람 소리조차 신경 쓰지 않는 듯,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있는 고양이. 표정은 단호하지만, 그 안에 묘한 공허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정말로 고양이도 인생을 반추하는 순간이 있는 걸까요?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이 고양이, 월급날 통장 보고 충격받은 나랑 똑같다”, “진짜 사람처럼 고민 중인데?”, “저 얼굴로 '나 때는 말이야…' 하는 얘기 들려올 것 같음”이라며 공감과 웃음이 뒤섞인 반응으로 넘쳐났습니다. 어떤 이는 “고양이한테도 퇴근 후 회한이 있다고 믿게 됐다”는 말로 마음을 대신했죠.

우리는 종종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많은 감정을 읽곤 합니다. 때로는 말보다 눈빛 하나, 표정 하나가 더 큰 이야기를 전하죠. 이 고양이처럼요.

혹시 여러분도 오늘, 그런 표정을 지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마음 한켠이 조용히 무너지는 밤. 그런 날엔, 나무 옆에 선 고양이처럼 잠시 세상과 거리를 두고 멍하니 서 있어도 괜찮습니다. 묘생이든 인생이든, 가끔은 후회가 필요한 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