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실내, 한 고양이가 문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가 예사롭지 않아요. 네 발로 편하게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뒷발 두 개로만 꼿꼿이 서서 앞발을 공중에 들어올린 채, 양손(!)을 번갈아 흔들고 있었죠. 마치 링 위에 오른 복서처럼 말입니다.

고양이는 문을 향해 쉐도우 복싱을 시작합니다. 좌우 앞발을 교차로 휘두르며, 눈은 문짝을 응시한 채, 완전히 몰입한 듯 보였죠. 그러다 문이 살짝 움직이는 순간—고양이는 당황하기는커녕 바로 반응합니다. 왼쪽 앞발로 툭, 강하게 밀어내며 상대의 접근을 차단하죠. 그리고 다시 자세를 정비해 연속 잽. “오, 이 친구 진심인데?” 싶을 정도로 자세와 박자가 제법 정확합니다.

문은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하지 않지만 고양이의 상상 속에선 아마 이 문이 완벽한 스파링 파트너였을지도 모릅니다. 문이 다시금 살짝 열리면, 고양이는 또 한 번 밀어내고, 다시 앞발을 휘두르며 잽과 훅을 번갈아 날립니다. 실내는 조용하지만, 고양이의 마음속에는 “3라운드 남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외침이 울리고 있었죠.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이 고양이, 진심 링에 오를 준비 중이다”, “다음 올림픽 고양이 복싱 종목 신설 시급”, “문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혼자 싸우고 있음ㅋㅋ”이라며 폭소와 감탄이 이어졌습니다. 어떤 이는 “이 정도면 문이 먼저 사과해야 할 듯”이라며 고양이 편을 들어주기도 했죠.

사실 우리는 가끔, 마주한 문제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냥 웃어넘겨야 할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고양이는 아무도 말리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대했고, 그렇게 세상과 장난처럼 싸우고 있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요즘, 싸우고 있는 ‘문 같은 존재’가 있진 않으신가요? 그게 꼭 심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하루쯤은 고양이처럼 앞발 들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맞서보는 건 어떨까요? 세상과의 거리감은 생각보다 한 발짝, 아니—앞발 하나로도 충분히 조절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