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신한 털을 두르고, 서 있는 친칠라 한 마리. 누가 봐도 봉제인형 같은 이 작은 생명체 앞에, 아주 조심스럽게 작고 섬세한 빗 하나가 다가갑니다. 그리고 부드럽게, 등을 따라 천천히 쓱—. 그 순간, 친칠라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그 자리에 멈춰 섭니다. 마치 지금이 바로 '하이라이트 타임'이라는 듯 말이죠.

처음엔 조금 긴장한 듯 눈을 깜빡이던 친칠라는 이내 온몸을 맡깁니다. 등을 타고 흐르는 빗의 감촉이 마음에 드는지, 눈꺼풀은 살짝 내려오고, 입가는 아주 미세하게 부드러워져요. 말은 없지만 얼굴 전체가 말하고 있습니다. “계속… 거기야, 거기.”

빗질이 이어질수록 자세는 더 안정되고, 다리도 바닥에 고정됩니다. 도망가려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더 기대려는 듯 몸을 살짝 낮추는 모습. 누군가는 그 표정을 보고 “진짜 싫어하는 얼굴 아니야?”라고 말할지 몰라도, 진심은 행동에 담겨 있었어요. 얌전히, 아무 말 없이, 심지어 약간의 감동까지 담아낸 그 정적의 순간.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저건 빗질 중독자다”, “이게 바로 ‘싫은 척 즐기기’의 표본”, “인간보다 스파 관리 더 잘 받는 거 같은데?”라며 귀여움에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어떤 이는 “저러고 속으론 ‘거기 한 번 더 해줘…’라고 말하고 있을 듯”이라며 친칠라의 감정에 공감했죠.

사실 우리는 때때로 표현이 서툴러서, 좋아하면서도 무심한 척할 때가 있죠. 하지만 몸은, 마음은 알고 있습니다. 친칠라도 그렇듯, 얌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그 순간이 참 좋다는 반증이니까요.

혹시 여러분도 지금, 누군가의 작은 손길에 기대고 싶은 기분이 드시진 않나요? 아무 말 없이,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오늘 하루는, 조용한 친칠라처럼 ‘가만히 누워서 사랑받는 법’을 한 번 배워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