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침대 위, 그 한쪽 베개 뒤로 조용히 숨어 있는 고양이 한 마리. 털 색깔은 조명에 따라 은은하게 바뀌고, 눈빛은 베개 틈새를 타고 조심스럽게 움직입니다. 어쩐지 평범한 낮잠이 아닌 듯한 이 분위기 속, 고양이는 뭔가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바로 카메라. 조용히 틀어진 렌즈의 방향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고양이는 놀랍도록 정확하게 알아차립니다. 처음엔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고개를 베개 뒤에서 내밀었다가, 카메라의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따라오면 다시 푹— 하고 숨습니다.
그 동작은 느리지만 정확하고, 또렷하게 의도가 보입니다. “나 그냥 조용히 있고 싶다고… 왜 자꾸 찍어?”라는 듯한 표정과 함께, 고양이는 숨는 순간조차도 기품 있게 사라집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고개를 천천히 빼꼼.
하지만 카메라가 여전히 자신을 비추고 있자, 또다시 조용히 퇴장.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저건 진짜 프라이버시 보호 요청이다”, “찍지 마! 하고 표정으로 말하네ㅋㅋ”, “고양이한테 초상권료 내야 할 듯” 같은 댓글로 유쾌하게 이어졌습니다. 누군가는 “은신 스킬 만렙 고양이 등장”이라며 감탄하기도 했죠.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며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모든 존재가 보여지는 걸 원하는 건 아닙니다. 이 고양이는 그걸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죠. 궁금하긴 하지만, 경계도 되는—호기심과 불신 사이에서 아주 미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듯한 그 눈빛은 마치 사람의 마음 같기도 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요즘,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보다 숨기고 싶은 감정이 더 많아진 적 있지 않으셨나요? 때로는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고개만 내밀었다가 다시 숨어도 괜찮습니다. 모든 순간을 보여주지 않아도, 그 안에 진심은 충분히 담겨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