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실내 바닥 위, 무언가가 세차게 흩어져 있습니다. 하얀 알갱이들이 촘촘히 흩뿌려져 있는 그 자리는 다름 아닌 쌀밭, 아니, 쌀이 쏟아진 흔적이죠. 그런데 그 위를 바쁘게 오가는 털복숭이 존재가 하나 있습니다. 고양이입니다. 단단한 발끝으로 사각사각 쌀을 헤집으며 이리저리 휘젓는 모습은 마치 사냥감을 쫓는 야생의 포식자처럼 진지하기까지 합니다.
눈빛은 또렷하고 집중력은 매서워, 뭔가를 본 듯 계속해서 바닥을 파헤칩니다. 쌀알 사이를 미세하게 움직이는 기척이라도 포착한 듯, 몸을 잔뜩 낮추고 엉덩이를 실룩이며 공격 자세를 갖추는 모습은 그야말로 진심 그 자체. 물론 그가 쫓는 대상은 보이지 않지만, 고양이의 세계에선 '느낌' 하나로도 충분히 행동을 개시할 수 있죠. 그러고는 휙—! 앞발을 쌀 속으로 날카롭게 찔러 넣습니다. 흩날리는 쌀, 정신없는 바닥, 그러나 고양이의 얼굴에는 ‘재밌다’는 감정만이 가득합니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선 한숨이 먼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웃음도 새어 나옵니다. '쌀밭에서 헤엄치는 고양이라니.' 이렇게 진지한데도,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니요.
사실 고양이에게는 늘 이유가 있죠. 우리 눈에 허공을 휘젓는 장난도, 쏟아진 쌀을 파헤치는 행동도, 그들 나름의 감각과 흥분, 그리고 충만한 호기심이 녹아있는 작은 세계입니다.
혹시 우리도 너무 정답만 찾느라, 눈앞의 쌀밭을 그냥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때때로 삶은 거창한 이유나 명확한 목적 없이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고양이는 말해주는 듯합니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 속에서 웃음을 만들고, 예기치 못한 장난 속에서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순간. 그것이야말로 진짜 여유 아닐까요? 당신만의 쌀밭은 어디에 있나요? 오늘 하루, 잠시 멈춰 서서 한번 헤집어 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보다 더 많은 보물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