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책상 위, 전선 정리를 위해 뚫려 있는 작은 구멍. 보통은 전선만 지나가는 조용한 공간이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구멍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립니다. 조용히, 아주 천천히… 그러다 마침내, 복슬복슬한 귀 두 개가 삐죽.
“어라?” 순간 고개를 내민 건 다름 아닌 새끼 고양이였습니다. 아직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할 나이의 아기 고양이는, 책상 아래 어둠 속을 탐험하다 구멍의 존재를 알아챘던 모양입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깥을 살피며 머리를 밀어 넣고, 마침내 얼굴 전체를 빼꼼 내밀었지요. 작은 콧구멍이 킁킁, 초점 없는 시선으로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보는 이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갑니다.
잠시 후, 턱을 쓱 구멍에 걸치더니, 이내 꾸역꾸역 몸통까지 비집고 나오기 시작합니다. 통통한 배 때문에 살짝 걸리는가 싶더니, 몇 번 꿈틀대고 몸을 비틀며 마침내 구멍을 통과하는 데 성공합니다. 나오자마자 고양이는 만족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다리와 꼬리까지 빠져나온 순간, 마치 세상을 정복한 탐험가처럼 당당한 자세를 취합니다.
레딧 댓글에는 “이제부터 이건 고양이 전용 출입구”라며 웃는 반응이 많았고, 어떤 이용자는 “저 구멍, 진작 고양이 눈에는 비밀 터널로 보였던 거 아니냐”고 농담하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고양이의 세계는 사람의 시선과는 다른 기준으로 작동하는 듯합니다.
그 모습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공간 속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비밀 통로’를 마주칠 수 있을지도요. 단지 그걸 볼 수 있는 눈과,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용기만 있다면요.
혹시 지금, 일상이 너무 단조롭다고 느끼시나요? 그렇다면 고양이처럼 작은 틈 하나에 얼굴을 넣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 틈 너머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