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에 처음 비친 건 꽤나 인상적인 고양이 타워였습니다. 다양한 색으로 꾸며진 층층 구조, 폭신한 쿠션과 튼튼한 기둥, 매달린 장난감까지. 누가 봐도 정성 가득한 고양이 전용 놀이터였지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멋진 타워 위에는 고양이의 그림자조차 없었습니다.

카메라가 서서히 옆으로 돌아가며 공간을 비추자, 진짜 주인공은 뜻밖의 장소에 있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조심스럽게 놓여 있던 낡은 종이박스 속. 작고 구겨진 그 박스 안에 고양이는 몸을 꼭꼭 말아 넣은 채 평화롭게 앉아 있었습니다. 마치 "여기가 내 자리야"라고 선언하듯 편안한 자세였고, 그 눈빛에는 약간의 짓궂은 여유마저 담겨 있었지요.

틀어박힌 모습은 그 공간을 얼마나 만족스러워하는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는 세상 누구보다도 안정된 자세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고양이 타워가 눈부시게 빛나는 그 순간에도, 이 아이는 단단하고 낡은 종이박스를 선택한 것입니다.

레딧 댓글에는 “비싼 건 장식용이지, 박스는 실사용용”, “고양이: 인생은 결국 박스로 귀결된다” 같은 유쾌한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있을 법한 일’이라는 듯 웃으며 공감했고, 어떤 이들은 “내 고양이도 똑같아”라며 사진을 함께 올리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가끔은 이런 선택을 합니다. 멋진 호텔보다 조용한 고향집이, 고급 레스토랑보다 동네 분식집이 더 편할 때가 있죠. 딱히 이유는 없지만, 마음이 먼저 끌리는 곳. 고양이에게 그건 화려한 타워가 아니라, 한쪽 구석의 작은 종이박스였던 겁니다.

혹시 여러분도 요즘, 그럴듯해 보이지만 왠지 불편한 ‘타워’에 억지로 앉아 계신 건 아니신가요? 편안함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가 진짜 숨 쉴 수 있는 공간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여러분만의 ‘종이박스’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 안에서야말로 진짜 여유가 시작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