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향해 몸을 돌린 채, 고양이가 조용히 기대어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벽에 머리를 살짝 붙인 모습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보입니다. 평소라면 주위를 경계하며 주변을 살피거나, 작은 움직임에도 귀를 쫑긋 세울 법한데, 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어떤 소리도, 어떤 움직임도 고양이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무언가를 내밀어 보지만, 고양이는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미동도 없이 그저 가만히 있을 뿐입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멀게만 느껴지는 듯한 모습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단순히 피곤한 걸까요, 아니면 정말 무언가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걸까요? 벽에 몸을 붙이고 가만히 있는 모습은 마치 세상의 무게를 조용히 감당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제는 그 어떤 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걸까요? 보통의 고양이라면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하며 호기심을 보이겠지만, 이 고양이는 주변의 모든 것에서 멀어진 듯 보입니다. 어떤 감정도 표현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듯합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진짜 뭔가 슬픈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고양이도 감정을 느끼고,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한 걸까요?", "이건 그냥 한 마리의 철학자가 아닐까요?"라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고양이의 조용한 태도가 오히려 더 깊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순간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가끔 이런 순간이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어도 대답하고 싶지 않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 어떤 날은 바쁘게 움직이고 싶지만, 또 어떤 날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상을 등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고양이는 지금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꼭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순간. 그리고 그것도 괜찮습니다. 세상은 늘 바쁘게 돌아가지만, 모든 순간에 반응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 고양이를 보며 깨닫게 됩니다. 때로는 가만히 벽에 기대어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필요한 시간일지 모릅니다. 오늘 하루, 혹시 말없이 조용히 있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면 이 고양이를 떠올려 보세요. 그냥 가만히 있어도 괜찮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