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 한쪽에 놓인 작은 구조물. 얼핏 보면 일반적인 보관함처럼 생겼지만, 앞면에는 작고 낮은 철문이 달려 있습니다. 마치 토끼를 위한 비밀 공간처럼 보이는 그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는 순간, 내부에 펼쳐진 풍경은 뜻밖의 여유로움으로 가득합니다. 굴 안 깊숙한 곳, 어둡지도 답답하지도 않은 그 자리에는 토끼 한 마리가 느긋하게 누워 풀을 씹고 있습니다.
몸은 사선으로 기대듯 편안하게 놓여 있고, 뒷다리는 쭉 뻗은 채 힘이 빠져 있으며, 앞다리는 몸 아래로 조용히 접혀 있습니다. 입은 천천히 움직이며, 이따금 씹히는 풀줄기 사이로 작은 턱이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문이 열렸음에도 토끼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습니다. 놀라지도 않고, 숨지도 않고, 그대로 풀을 씹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이어갑니다. 그 태도는 무심한 듯 보이지만, 오히려 굴 안이라는 공간이 토끼에게 얼마나 안전하고 편안한 곳인지 말해주는 듯합니다.
작은 귀가 천천히 움직이다가 멈추고, 눈은 살짝 풀린 듯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치 문을 연 이에게 “오셨어요? 저는 이미 여기에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 급하게 도망치거나 경계심을 드러내는 대신, 온몸으로 “괜찮아요, 지금 이대로 좋아요”라는 말을 건넵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웃음과 부러움을 동시에 터뜨립니다. “토끼가 아니고 은퇴한 노부장님 같은데요ㅋㅋ”, “완전히 자기 방이네, 문 연 사람은 민망함ㅋ”, “저 자세로 풀 씹는 거 너무 진심이라 감동이다.” 짧은 장면이지만, 그 안에는 토끼의 평온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바깥 세상이 어떤지와 상관없이,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리듬으로 쉬고 있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단단하고 부러워집니다.
우리는 가끔 그런 순간이 필요합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작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숨 돌릴 수 있는 시간. 오늘 이 토끼는 그걸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문이 열려도, 누가 오든 말든. “지금 난 괜찮아요. 그냥 여기서 쉬고 있을게요.”
사실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매일 사람들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해야 할 일에 치이며 지내다 보면 정작 나만의 ‘굴’은 점점 작아지고, 그 안에서 진짜 쉬는 시간은 잊혀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태연하게 풀을 씹고 있는 작은 토끼를 보면 문득 생각이 듭니다. ‘저런 여유, 나도 가져도 되지 않을까?’
꼭 멀리 가지 않아도 됩니다. 마음속 작은 공간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지요. 잠시 몸을 눕히고,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내 리듬대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어쩌면 그건 실제 장소보다 마음의 자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토끼는 말없이 그걸 알려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괜찮아요.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그냥 풀이나 씹고 있어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