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가락 총에 천천히 쓰러지다

출처 : Reddit / 주인이 손으로 총모양을 한후 고양이를 향해있다
출처 : Reddit / 주인이 손으로 총모양을 한후 고양이를 향해있다

소파 위, 고양이 한 마리가 독특한 자세로 앉아 있습니다. 일반적인 똑바른 자세가 아니라, 엉덩이는 바닥에 붙이고 상체는 살짝 뒤로 눕듯이 젖혀져 있는 상태. 등은 등받이에 기대지 않고 바닥에 닿은 듯한 각도로, 뒷다리는 쭉 뻗고 앞발은 느슨하게 앞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무방비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어떤 여유와 관성이 느껴지는, 오직 집고양이만이 구사할 수 있는 자세였죠.

그 앞에서 주인이 익숙한 장난을 시작합니다. 두 손가락을 모아 총 모양을 만든 뒤 고양이를 향해 조준하죠. 고양이는 그 손끝을 바라보지도 않고, 눈을 반쯤 감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움직임도 반응도 없이, 마치 “그래, 또 그 장난이구나”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듯한 표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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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주인이 손끝으로 조용히 ‘쏘는 시늉’을 하자, 고양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쓰러집니다. 소리는 없지만, 그 무언의 신호에 정확히 반응하듯, 몸을 옆으로 기울이더니 그대로 소파에 눕습니다. 앞발은 힘을 빼지 않고 자연스럽게 유지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르듯이 착지하는 그 움직임은 유려하면서도 완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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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동작은 급하지 않았고, 과장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무심하고 조용하게, 그러나 아주 명확하게 이뤄졌죠. 쓰러지는 내내 고양이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눈을 감지 않은 채 조용히 눕습니다. 마치 “됐지?”라는 말 없는 대사가 떠오를 만큼 절묘한 타이밍이었습니다.

출처 : Reddit / 방아쇠를 당기듯 빵하고 쏘는 시늉을 하자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연기력 미쳤다. 이건 고양이가 아니라 냉소주의에 물든 중년 배우야ㅋㅋ”

출처 : Reddit / 고양이가 천천히 눕는다

누군가와 반복된 장난을 나눌 수 있다는 건, 그 사이에 깊은 신뢰와 익숙함이 있다는 뜻일 겁니다. 이 고양이처럼 말이 없고 표정이 없더라도, 몸으로 반응하며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건 관계가 만들어낸 아주 특별한 언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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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도 우리도 가끔은 그런 ‘조용한 유머’ 하나쯤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말 한마디 없이도 통하는 리듬, 무심한 듯 정교한 타이밍. 그게 바로 하루를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작고 확실한 기쁨 아닐까요?